와우 용 군단, 전문기술 이제 돈 못 번다
와우(World of Warcraft) 용 군단(Dragonflight) 확장팩이 적용되었다.
이번 패치에서 기존 패치와 크게 다른 부분은
비행 방식과 전문기술.
비행은 재밌어졌고.
여기에서는 전문기술에 대하여.
메타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엇이 바뀌었나?
전문기술 방식이 기존 아이템을 제작하여 판매하던 방식에서
시스템을 통하여 의뢰하고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의뢰자가 리스트에 재료와 수수료를 넣고 주문을 올리면, 제작자가 이를 선택해 제작하는 것.
주문 방식은 크게 공개 주문과 개인(길드) 주문으로 나뉘는데 큰 차이는 아니고.
공개 주문은 주문을 할 때 재료와 개인이 책정한 주문 수수료를 올리고 임의 제작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
개인 주문은 특정 대상(or 자신의 길드)에 주문을 의뢰하되 재료 협의가 가능하고 품질을 지정할 수 있다는 차이가.
즉 공개 주문과 비교하면 개인 주문은 주문 대상 지정, 품질의 결정, 재료 여부 등 협상의 여지가 있는.
그러면 그로 인한 파급은?
제작자 간 무한 경쟁.
낮은 수수료라도 리스크가 전혀 없고 무조건 만들면 이득이니까 결국은 무한 경쟁.
재료도 다 마련되어 있고 버튼만 눌러 제작만 하면 되니 노동력이 들어갈 부분도 없고.
그러니 무한정 수락하고 제작해도 부담이 없는. 즉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윤을 남길 부분이 사라지게 될.
주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괜찮겠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문기술을 올리는 건 돈을 버는 재미도 그 일부인데 밸런스가 무너졌다 볼 수도 있는.
물론 제한은 있다.
공개 주문의 경우 하루 20개 한도로만 주문 수락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만료를 앞둔 의뢰가 있으면 그건 또 한도 없이 제작이 가능하기에 큰 의미는 없다.
사실 이건 제작자 입장에서는 고수수료는 하루 20개라는 수익 상한선이 생겨 핸디캡이라 볼 수도 있는 부분.
또 만료 임박 주문은 누군가가 1원 10원 제작도 가능하다는 소리니까, 공급 제한 요소도 아닐 테고.
어떻게 생각을 해도 제작자에게는 이롭지는 않은 환경이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주문 마감 12시간을 못 참겠다 싶을 때만 수수료를 더 높게 책정할 것인데,
아무래도 그에 대한 비용으로 그렇게 높은 비용을 책정하진 않을 것이다.
"매너 1000골" 이런 최소한의 암묵적인 약속이 정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 주문의 경우 제작자 이름이나 숙련 및 품질 같은 스펙으로 차별점을 둘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또 시스템을 벗어나 거래 창으로 회귀하는 것이라서.
결국은 전문 장사꾼들만의 영역이 될... "○○ 제작해 주실 분", "○○ 제작합니다" 거래 창을 가득 메울..
물론 극초반에 도안이 제한되게 풀린 시점에는 독점적 위치로 수수료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극초반의 1인 독점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에 접속한 제작자가 2~3명만 있어도 경쟁이 붙을 것이라.
이전에도 경쟁은 있었지만 돈은 벌렸다. 수수료도 마찬가지 아닐까?
같은 경쟁이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완제품 판매에 비하여 수수료 체계가 투명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다.
이전 제조자는 다수의 재료를 모아 완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그래서 정확한 원가 파악이 힘들었고,
그로 인해 가격 경쟁으로 손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쟁에도 소극적이었던.
다시 말하면, 상대와 자신이 생각하는 원가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상대가 자신의 원가 이하로 가격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수료 수익에 마이너스는 없으니 가격 경쟁이 붙어도 두려울 것이 없는.
게다가 제조자가 다루는 것도 이전에는 완제품 가격 총액에서 지금은 수수료뿐이니 리스크도 적은.
이전에는 막대한 재료 값을 다 날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수수료 0원이라 하더라도 클릭 한 번의 노동이 최대 손해인.
구매자 역시 10만 골드의 10%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하더라도,
1만 골드를 그냥 주는 것은 느낌이 다를 테고 말이다.
심지어 재료를 모으는 노동도 본인이 다 했으니.
게다가 경매장 및 주문 제작 수수료의 차이 역시도.
경매장 수수료는 완제품에서의 일정 비율, 주문 제작에서의 수수료는 제작자 수수료에서의 일정 비율.
매출에서 세금을 떼는 것보다 수익에서 뗄 때 그 부담이 훨씬 덜하다. 경쟁을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번 확장팩 이전에는
불투명하고 리스크도 커서 가격 경쟁이 힘들었고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투명해져 제작자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결론은?
전문기술 제작으로 돈을 벌기 힘들게 되었다.
정확히는 공개 주문을 통한 방식은.
물론 의뢰자가 재료를 직접 맡겨야 하기 때문에,
재료의 채집이나 재료의 제작 단계에서는 경매장을 통해 돈을 벌고 그런 재미를 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 주문 제작을 통한 아이템 제작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오토나 봇 같은 해킹 프로그램들은
사냥이나 재료 채집 활동에 치중되어 있기에 그들 수익 활동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결국 전문기술을 즐기는 입장은
위에는 치열한 경쟁이 그리고 아래에서는 봇의 채집 활동으로
위아래 눌린 샌드위치가 될.
그러니 이번 용군단 확장팩에서는 전문기술 숙련을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전문기술로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는 힘든 환경이니까.
또 본인이 직접 숙련을 올리지 않아도 제작 의뢰로 간접적으로 제작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물론 그것이 귀찮다면 싫어할 수도 있지만.
참신하긴 하지만, 밸런스 붕괴로 전문기술이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